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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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12-09-29 21:23
마을과 관련한 모든 직을 내려 놓습니다. 조회수 : 5,930 | 추천수 : 0

엊저녁 냅다 쏟아지던 소나기 때문에 ,

잠시 잠깐 시원하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는데 ,

한편으로는 내일이 팔월 한가위인데 ,

세상을 훤 ~ 히 밝혀 줄 보름달을 볼 수 없으면

어떠하나 하면서,

좀 아쉽다 이런 생각이 들 때 ,

언제 그랬었냐 싶게 갑자기 소나기가 그쳤습니다 .

그리고는 너무나도 맑은 하늘에 휘영청 둥근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산골 하늘 중천에 떴습니다 .

 

인생살이가 이 자연의 섭리에 늘 궤도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

 

태어나면서부터 쾌청하고 상쾌한 날씨 속에서만

살아오다가 ,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시꺼멓게

밀려오면서 ,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굵은

빗줄기가 내리 퍼 붓는가 하면 ,

그 뒤부터 계속해서 지질거리는 날씨가 어어 지는

인생이거나 ,

 

삼한사온처럼 따뜻하고 추운 날씨가 반복 된다던지 ,

 

낮게 깔린 구름 속에 며칠을 두고 비바람이

몰아치는가 하면 ,

심지어 우박까지 내리 퍼 부울 때가 있는 인생도

있습니다 .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 ,

단 한 번도 먹구름이나 , 비바람 , 소나기 , 북풍한설 ,

삼한사온 , 뭐 이런 거 없이 ,

늘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

 

그런데 이런 인생 너무 재미없을 것 같지 않습니까 ?

사계절도 없고 , 늘 고요하고 조용한 날씨만 계속된다면 ,

이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 수 없을 테지요 .

 

뭔가 시시때때로 굴곡이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

 

내가 추사선생의 글씨를 좋아하는 것도 ,

어딘가는 균형이 깨진 것 같고 ,

삐뚤빼뚤해 보이지만 ,

어디를 특별히 흠 잡을 만 한 데가 없고 ,

오늘보고 내일보고 아까보고 지금 또 봐도

늘 새로워 보이고 ,

절대로 질리지 않는 ,

어찌 보면 너무 잘 써서 감히 흉내 내기도 어려운 ,

그런 글씨이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

인생도 너무 평탄한 세월보다 다소는 굴곡진 그런 삶이

좋습니다 .

그래야만 먼 훗날 인생을 마무리 할 때 ,

울고 웃을 에피소드가 많을 있을 것이 아닙니까 ?

 

난 인생의 맛을 에피소드 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지난 2005 부터 8 년간 마을일에 깊숙이 참여 하면서 ,

예전 30 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

보람과 희열을 함께하면서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냈던 시간이 ,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과 가치였습니다 .

 

이제 나는 마을 이장일과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권역 위원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

 

비록 박수와 환대 속에서 떠나지는 못하지만 ,

그 또한 굴곡의 한 단면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

평탄하던 내 인생에 가슴 쓸어내리는 안타까움과

서러움이 함께하면서 ,

미쳐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과 살 떨림이 ,

먼 훗날 내 인생의 에피소드 를 만들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

시간이 지나면 진실의 평가가 기다릴 것이고 ,

8 년여의 마을일의 성과가 내 죽을 때까지

나를 따라 다닐 것이겠지요 .

 

내일이면 금년 임진년의 8 월 한가위입니다 .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풍성한 추석입니다 .

금년의 한가위 밝은 달은 다른 해와 달리

너무도 밝고 아름답습니다 .

 

나는 저 달을 보고 기원해 봅니다 .

비우고 또 비우겠습니다 .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채워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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