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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12-09-29 21:23 | |
마을과 관련한 모든 직을 내려 놓습니다. 조회수 : 6,095 | 추천수 : 0 | |
엊저녁 냅다 쏟아지던 소나기 때문에 , 잠시 잠깐 시원하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는데 , 한편으로는 내일이 팔월 한가위인데 , 세상을 훤 ~ 히 밝혀 줄 보름달을 볼 수 없으면 어떠하나 하면서, “ 좀 아쉽다 ” 이런 생각이 들 때 , 언제 그랬었냐 싶게 갑자기 소나기가 그쳤습니다 . 그리고는 너무나도 맑은 하늘에 휘영청 둥근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산골 하늘 중천에 떴습니다 .
인생살이가 이 자연의 섭리에 늘 궤도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
태어나면서부터 쾌청하고 상쾌한 날씨 속에서만 살아오다가 ,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시꺼멓게 밀려오면서 ,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굵은 빗줄기가 내리 퍼 붓는가 하면 , 그 뒤부터 계속해서 지질거리는 날씨가 어어 지는 인생이거나 ,
삼한사온처럼 따뜻하고 추운 날씨가 반복 된다던지 ,
낮게 깔린 구름 속에 며칠을 두고 비바람이 몰아치는가 하면 , 심지어 우박까지 내리 퍼 부울 때가 있는 인생도 있습니다 .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 , 단 한 번도 먹구름이나 , 비바람 , 소나기 , 북풍한설 , 삼한사온 , 뭐 이런 거 없이 , 늘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
그런데 이런 인생 너무 재미없을 것 같지 않습니까 ? 사계절도 없고 , 늘 고요하고 조용한 날씨만 계속된다면 , 이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 수 없을 테지요 .
뭔가 시시때때로 굴곡이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
내가 추사선생의 글씨를 좋아하는 것도 , 어딘가는 균형이 깨진 것 같고 , 삐뚤빼뚤해 보이지만 , 어디를 특별히 흠 잡을 만 한 데가 없고 , 오늘보고 내일보고 아까보고 지금 또 봐도 늘 새로워 보이고 , 절대로 질리지 않는 , 어찌 보면 너무 잘 써서 감히 흉내 내기도 어려운 , 그런 글씨이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 인생도 너무 평탄한 세월보다 다소는 굴곡진 그런 삶이 좋습니다 . 그래야만 먼 훗날 인생을 마무리 할 때 , 울고 웃을 에피소드가 많을 있을 것이 아닙니까 ?
난 인생의 맛을 “ 에피소드 ” 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지난 2005 부터 8 년간 마을일에 깊숙이 참여 하면서 , 예전 30 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 보람과 희열을 함께하면서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냈던 시간이 ,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과 가치였습니다 .
이제 나는 마을 이장일과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권역 위원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
비록 박수와 환대 속에서 떠나지는 못하지만 , 그 또한 굴곡의 한 단면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 평탄하던 내 인생에 가슴 쓸어내리는 안타까움과 서러움이 함께하면서 , 미쳐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과 살 떨림이 , 먼 훗날 내 인생의 “ 에피소드 ” 를 만들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 시간이 지나면 진실의 평가가 기다릴 것이고 , 8 년여의 마을일의 성과가 내 죽을 때까지 나를 따라 다닐 것이겠지요 .
내일이면 금년 임진년의 8 월 한가위입니다 .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풍성한 추석입니다 . 금년의 한가위 밝은 달은 다른 해와 달리 너무도 밝고 아름답습니다 .
나는 저 달을 보고 기원해 봅니다 . “ 비우고 또 비우겠습니다 .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채워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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