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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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10-08-27 09:48
雲留亭(운류정) 조회수 : 5,011 | 추천수 : 0

 

 

 

 

 

 

白雲 無語漫相留 (백운 무어만상류)

 

菜根譚 (채근담)에

興逐時來~(흥축시래~)로 시작되는 말인데,

 

대충

“흰 구름이 말없이 다가와서 여기 머무네!”

정도입니다.

 

이 채근담에 있는 글귀 중에서,

“운류정”이라는 정자 이름을 지었습니다.

 

얼마 전,

관내 농협지점장을 하고 있는 후배가 소주 한 병을 들고

집으로 찾아 왔습니다.

괜히 너스레를 떨더니,

“형님! 부탁 하나 해야겠습니다.”

“저기 대기리 안반데기에 마을에서

정자를 하나 멋지게 지었는데,

우리 농협에서 그 정자의 현판을 달아 주기로 했으니,

형님이 좀 써서 각을 해주십시오.”라는 것이다.

 

아뿔싸,

이 친구가 소주 한 병들고 쭈뼛~쭈뼛~ 찾아온 이유가

그거였구나.

 

한 여름 땡볕에 농사일은 제쳐두고,

화선지 펴 놓고 벼루 꺼내서 먹 곱게 갈고,

잘 쓰지도 못하는 글씨를 낑낑 거리고 써가지고는,

현판 나무를 구해서 그걸 서각도로 양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보통 고역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내가

“아 이 사람아!

이 한 여름에 무슨 고생을 시키려고 이런 부탁이냐”

라고 했더니,

“아니 한 여름에는 좀 쉬시고,

찬바람이 나면 시작하시지요!”하는 것이다.

 

“내 솜씨로는 우리 집에다 써 놓는 것은 몰라도,

어디다 내 놓고 하는 정도의 재주는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더니,

“아이고 형님! 제가 보기에는 형님 글씨나 솜씨가

제 눈에는 최고입니다.

그리고 이웃 마을 정자에 걸어 둘 현판으로는,

형님 글씨가 걸려 있는 것이 제격입니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이 모르겠다.

까짓것, 일단 한 번 해보지 뭐!

하고는 재료를 준비해서,

작업을 시작 했는데,

 

뜨거운 여름이 지나서 시작하려던 작업이,

그 놈의 성질은 급해가지고,

시작한 김에 후다닥 끝내 버렸다.

 

최근에는 바빠서 이런 서각 작품을 작업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되레 즐거웠던 것 같다.

 

얼마 지나면 대기리 안반데기 정자에,

이 현판이 걸릴 것이며,

안반데기는,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말 그대로,

“구름이 말없이 다가와서 고요히 머무는 곳”입니다.

이 안반데기를 가시려면,

여기 “왕산골한옥”을 거쳐서 갑니다.

누구도 좋으니 저하고 같이 한 번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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