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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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13-05-17 10:36
봄이 익는 사월초팔일에 상념 조회수 : 3,026 | 추천수 : 0

산사나무 하얀 꽃에서 비릿한 꽃내음이

마당가에 스며듭니다 .

 

이맘때쯤에는 산허리에

아침마다 안개가 내려 앉아 있다가 ,

햇살이 부채처럼 퍼져 나아갈 때면

안개가 슬며시 꼬랑지를 내리고

자기가 살던 하늘로 올라가면서 자리를 비켜준다 .

 

내리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을

머리에 두른 수건 하나로 겨우 그늘을 만들고 ,

땅 뜨거움이 얼굴을 달구어도 ,

밭에 엎드려 풀과 씨름한다 .

 

어쩌다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꿀 바람에 ,

목마름도 잊는다 .

 

한식경이 지났을까 ,

겨우 밭가로 나와 ,

마가목 밑 나무토막에 걸터앉아 ,

땀에 젖은 수건을 벗어 ,

돌 더미위에 던져둔다 .

 

석가가 탄생한 사월초팔일에

무념무상으로 멍하니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

어딘지 모르는 먼 산에서 ,

뻐꾸기 울음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

 

늘 듣던 뻐꾸기 소린데 ,

하필 오늘은 저리도 애처롭게 들리는가 ?

뜬금없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 .

 

평생을 허리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

오로지 자식 잘 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면서 ,

그리도 땀을 흘리시고 ,

이렇게 지금의 나처럼 ,

나무 그늘에 앉아 ,

무심한 산새소리에 ,

과거를 회상해보는 낭만을 느껴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

 

한 낮 뜨거운 햇살이 ,

세상을 꼼짝 못하게 하면서 ,

인기척 하나 없는 숨죽인 듯 고요하다 .

 

산사나무는

저 흰 오얏꽃 같은 꽃이 지면 ,

빨간 능금 비슷한 열매를 맺습니다 .

나는 언제 그럴듯한 열매를 맺는 인간이 될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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