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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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11-06-26 09:29
2011년 첫 태풍이 오고 있다. 조회수 : 5,337 | 추천수 : 0

벌써 며칠째 비가 쏟아지고 있다.

금년에는 그렇게도 심한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이 모두 타들어가는 바람에,

한 포기라도 살려보고,

한 알갱이라도 더 건져보려고,

말라가는 시냇물에서 경운기로 물을 끌어올려,

밭고랑에 물을 대주느라고 그 난리굿을 쳤는데,

요 며칠 넘치게 쏟아지는 폭우에,

경사진 밭은 죄다 쓸려 내려가 버렸다.

 

장맛비가 중부지방까지 올라오면서,

타들어가던 대지에,

지난 목요일 (6/23일)날 아침부터,

하늘에는 점차 구름이 늘어나더니,

두두두 ~둑하고 왕 빗줄기가 떨어지면서,

말라비틀어진 땅바닥에 떨어졌다.

갑자기 큰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면,

특유의 향기가 나는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참 묘하게도 이것이 “천국의 냄새”가 아닌가하고 생각해본다.

 

이맘때에는 매년 장마가 시작되면서,

전국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저 필리핀 인근에서 발생한 태풍“메아리”라는 중형급 태풍이

장마철 기상상황과 합쳐지면서 그 수증기가 증폭되었다고 하네요.

뭐 기상청에서 그렇다고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아리”라는 태풍의 이름은,

북한에서 작명해서 명명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가뭄 끝에 단비” 뭐 그런 것이 아니라,

가문다고 난리굿을 했으니,

“옜다~ 싫건 먹어라” 하는 듯합니다.

 

어제는 김기영씨라는 분이,

모친 회갑잔치를 위해 우리 집에서 가족 모임을 갖기로 예약을 했는데,

행사를 준비하는 자식들 입장에서 보면,

이왕에 모처럼 가족 전체가 모이는 자리인데,

가능한 알차게 준비를 해서 하룻밤만이라도,

회갑을 맞은 모친은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즐거운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약 한 달 전부터 꼼꼼히 준비해 왔습니다.

 

방은 따뜻한지?

물은 잘 나오는지?

텐트는 칠 수 있는지?

천막을 쳐도 되는지?

밥솥은 몇 개나 있는지?

숯불구이는 가능한지?

화장실은 몇 개나 있는지? 등등

많은 것을 물어 왔었습니다.

여태 우리집에 오시는 고객분들 중에서,

가장 많이 전화해서 질문했던 고객입니다.

 

그런데,

기다리고 고대하던 날이 하필이면 폭우가 쏟아지는 날을 선택했으니,

고객을 모시는 우리 집 입장에서는 마음이 매우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면서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 너무 낭만적이라고 하시고,

집 건너편 앞산에 걸친 구름이 한편의 동양화라고 좋아라하시고,

눅눅한 한옥집 방안에서 풍기는 나무 냄새가 정겹고,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마당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그려지는 동그라미가,

어릴 때의 추억이 생각난다 합니다.

 

성의껏 준비한 어머니 회갑 잔치에,

가족전체가 모두 모여 “옥자씨 사랑합니다” “새끼들 일동”이라는

플래카드까지 걸어 놓고,

어머니 회갑잔치를 흥겹게 치르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나도 나이가 환갑인데,

만약 우리 아이들이 아버지 회갑잔치를 해 준다고 하면,

절대로 안하겠다고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런데도,

그 폭우 속에서도 천막 속에서 돼지고기 목살 숯불구이를 맛있게 구어 먹고,

밤이 이슥하도록 가족들이 둘러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두런두런하면서,

가족 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 가족도 저렇게 한번 모여서 밤새워 얘기 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앞으로의 가족모임은 복잡한 도회지에서 복작거리며 치루는 행사보다,

가족끼리 오붓이 치르려는 의식이 점차 늘어갈 추세이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농촌에서도 이런 추세에 부응하려는 시설과

접객능력을 갖추어놔야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농촌의 변화도

시대의 흐름을 빨리 꿰뚫어 보는 혜안이 필요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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