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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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11-08-09 14:55
오호통재라 ! 조회수 : 5,582 | 추천수 : 0

 

 

오호통재라 !

 

이른 봄부터 밭에 거름을 펴고,

경운 작업을 하고,

두럭을 만들어 비닐멀칭을 하고,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우고 돌봐서,

본 밭에 이식을 하는 등,

 

300여 평밖에 안 되는 옥수수 농사라지만,

30000평 심어서 농사짓는 것이나,

300평 농사짓는 것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농사는 매 한가지입니다.

되레 소규모 농사일을 하는 것이 어쩌면 더 힘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계로 하는 작업을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올 여름엔 한 달 중 25일을 비가 왔으니,

참으로 지겹도록 비가 내렸다.

그러다 보니 곡식들은 일조량이 부족해서 줄기가 튼실하지 못했었는데,

 

어제저녁 태풍 “무이파”가 우리나라 서해 중간으로 통과해서,

북한의 신의주 지방에 상륙하면서,

태풍 진로방향의 오른쪽에 위치한 한반도에는 강력한 바람이 불어제친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녁 6시를 전후해서 냅다 바람이 몰아치더니,

9시쯤에는 순간 풍속이 30m 가량은 됨직해 보이는 강풍이 몰아치기래,

이 깜깜한 밤에 나가봐야 뭐 하나 손쓸 일은 없을 것이고,

에라, 될 대로 되려무나.

나는 “TV 뉴스나 보자” 하면서 방에 누워 버렸다.

 

오늘 아침 6시에 슬~슬~ 밭에 나가봤더니,

아뿔싸,

밭은 그야말로 전쟁터 다름없다.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옥수수 밭에 무럭무럭 자라던 옥수수는 기관총에 난사당한 것 마냥

중간이 부러져서 일렬횡대로 누워 버렸다.

마음이 짠~ 하다.

 

대충 세어보니,

약 1000그루이상 부러진 것 같다.

이제 20여일만 있으면,

“미흑찰”이라는 옥수수 품종으로 맛있는 찰옥수수를 먹을 수 있을 것인데,

너무나 안타깝다.

 

“여보시오, 바람님”!

“그래도 반절은 남겨두고 망가뜨려 놔야지”

“이래 몽땅 쓰러 뜨려 놓으면 난 뭘 얻어먹으란 말이오!”

참 무심도 하시지.

그저 한 숨만 나오네요.

 

하늘이 하는 일을 그리 탓 할 생각은 없지만,

친환경 농사일이 그리 만만치는 않답니다.

비지땀을 흘리며 파종을 해야 하고 수시로 풀을 매야하고,

곁가지를 따 주면서 꽤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데,

어찌해서 10분정도 되는 잠깐사이에 글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단 말이오.

 

오호 통재라!

 

그래도 고추는 유인 줄을 단단히 묶어둔 덕택에 그리 많이 부러지진 않았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 보려하네요.

 

오늘같이 가슴 아픈 날이 많이 오지 말 것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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