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 specific locality, share Stories
왕산골한옥 13-05-17 10:36 | |
봄이 익는 사월초팔일에 상념 조회수 : 4,954 | 추천수 : 0 | |
산사나무 하얀 꽃에서 비릿한 꽃내음이 마당가에 스며듭니다 .
이맘때쯤에는 산허리에 아침마다 안개가 내려 앉아 있다가 , 햇살이 부채처럼 퍼져 나아갈 때면 안개가 슬며시 꼬랑지를 내리고 자기가 살던 하늘로 올라가면서 자리를 비켜준다 .
내리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을 머리에 두른 수건 하나로 겨우 그늘을 만들고 , 땅 뜨거움이 얼굴을 달구어도 , 밭에 엎드려 풀과 씨름한다 .
어쩌다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꿀 바람에 , 목마름도 잊는다 .
한식경이 지났을까 , 겨우 밭가로 나와 , 마가목 밑 나무토막에 걸터앉아 , 땀에 젖은 수건을 벗어 , 돌 더미위에 던져둔다 .
석가가 탄생한 사월초팔일에 무념무상으로 멍하니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 어딘지 모르는 먼 산에서 , 뻐꾸기 울음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
늘 듣던 뻐꾸기 소린데 , 하필 오늘은 저리도 애처롭게 들리는가 ? 뜬금없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 .
평생을 허리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 오로지 자식 잘 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면서 , 그리도 땀을 흘리시고 , 이렇게 지금의 나처럼 , 나무 그늘에 앉아 , 무심한 산새소리에 , 과거를 회상해보는 낭만을 느껴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
한 낮 뜨거운 햇살이 , 세상을 꼼짝 못하게 하면서 , 인기척 하나 없는 숨죽인 듯 고요하다 .
산사나무는 저 흰 오얏꽃 같은 꽃이 지면 , 빨간 능금 비슷한 열매를 맺습니다 . 나는 언제 그럴듯한 열매를 맺는 인간이 될까나 . |
Total Article : 194 |
194 |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 왕산골한옥 | 2,023 | 18-12-11 12:41 |
193 | 용담 | 왕산골한옥 | 11,743 | 15-09-25 12:41 |
192 | 나비바늘꽃, 백접초(白蝶草), 가우라 화이트. | 왕산골한옥 | 4,884 | 15-09-25 12:34 |
191 | 고맙네. 옥수수 | 왕산골한옥 | 4,815 | 15-09-24 20:39 |
190 | 2014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 왕산골한옥 | 89,968 | 14-01-01 09:56 |
189 | 가을 걷이 끝 ~~~ | 왕산골한옥 | 5,518 | 13-12-05 18:37 |
188 | 서리태 수확 | 왕산골한옥 | 5,348 | 13-11-17 19:46 |
187 | 가을이 점점깊어지네 | 왕산골한옥 | 5,420 | 13-09-25 16:24 |
186 | 가을비 내리는 날에 | 왕산골한옥 | 4,676 | 13-09-25 11:55 |
봄이 익는 사월초팔일에 상념 | 왕산골한옥 | 4,955 | 13-05-17 10:36 | |
184 | 국회의사당 견학 | 왕산골한옥 | 4,936 | 13-04-22 13:51 |
183 | 享祠 祭典 執禮 | 왕산골한옥 | 4,626 | 13-04-22 12:49 |
182 | 봄은 봄이다. | 왕산골한옥 | 4,738 | 13-04-02 09:38 |
181 | 마을과 관련한 모든 직을 내려 놓습니다. | 왕산골한옥 | 6,216 | 12-09-29 21:23 |
180 | 마을 이장은 이럴때 판단하기 어렵다. | 왕산골한옥 | 5,707 | 12-07-02 14:32 |
179 | 경 축 강릉개두릅 지리적표시 등록 | 왕산골한옥 | 6,559 | 12-03-03 18:59 |
178 | 정월 초사흘 날에 마음에 담은 글[13] | 왕산골한옥 | 6,446 | 12-01-25 11:06 |
177 | 임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 왕산골한옥 | 5,575 | 12-01-11 13:16 |
176 | 왕산골마을의 단풍 | 왕산골한옥 | 6,852 | 11-10-26 19:33 |
175 | 왕산골의 日常[39] | 왕산골한옥 | 6,882 | 11-09-05 16:39 |
|